2006년 07월 24일
평창동의 추억
내가 평창동에 살 적의 이야기다. 이렇게 적어놓고서 설명을 생략해야 방문객들이 쟤 좀 사나 이렇게 상상을 해주실텐데...진실은 감옥에 가두어둘 수 없는 법, 학원 시절 재수생 합숙소가 북악산 기도원 옆에 있었다. 당신 자식이 나쁜 친구인줄은 모르시고 부모님은 나쁜 친구들을 만나게 될 것을 염려하셔서 자식을 안심하고 보낼 만한 숙소를 찾아 내신 것이었다. 처음 둥지를 떠나 굳은 마음을 먹고 상경하였건만 북악산 기도원에서 들리는 기도소리를 들으며 책을 벗하지 못하고 어슬렁거리며 놀기 시작하던 7월말이었다.
나는 찌는 더위에 팥빙수가 너무 먹고 싶어 추리닝 차림으로 무작정 합숙소를 걸어 나왔다. 가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그 동네는 집집마다 식량고가 있는지 물건 살 곳 찾기가 정말 어렵다. 구멍가게도 한 15분 걸어가야 하나 나온다. 그런 동네에서 팥빙수 가게를 찾는다는 건 애초에 무모한 짓이었는지도 모른다. 주머니에는 5천원짜리 한 장이 달랑 있었고, 산을 헤매어 걸어내려 가기를 삼십분, 도저히 가게를 찾지 못한 나는 눈앞에 펼쳐진 대궐같은 호텔 하나를 발견하고야 말았다. 저 안에는 필시 팥빙수를 팔고 있으리라... 날랜 걸음으로 뛰어간 호텔 라운지에는 팥빙수를 파는 커피숍이 있었다! 메뉴판을 보니 가격도 수중에 있는 돈에 맞게 딱 5천원! 아마 그 때 먹은 팥빙수가 우리 집앞 피에스몽테 팥빙수를 빼고는 제일 맛있었던 것같다.
그렇게 잘 먹고 계산을 하고 나오려는데, 계산서에 나온 금액은 5천원이 아니었다. 6천 얼마... 아니 내가 내 두 눈으로 5천원인 걸 봤는디....
더 보실라우
나는 찌는 더위에 팥빙수가 너무 먹고 싶어 추리닝 차림으로 무작정 합숙소를 걸어 나왔다. 가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그 동네는 집집마다 식량고가 있는지 물건 살 곳 찾기가 정말 어렵다. 구멍가게도 한 15분 걸어가야 하나 나온다. 그런 동네에서 팥빙수 가게를 찾는다는 건 애초에 무모한 짓이었는지도 모른다. 주머니에는 5천원짜리 한 장이 달랑 있었고, 산을 헤매어 걸어내려 가기를 삼십분, 도저히 가게를 찾지 못한 나는 눈앞에 펼쳐진 대궐같은 호텔 하나를 발견하고야 말았다. 저 안에는 필시 팥빙수를 팔고 있으리라... 날랜 걸음으로 뛰어간 호텔 라운지에는 팥빙수를 파는 커피숍이 있었다! 메뉴판을 보니 가격도 수중에 있는 돈에 맞게 딱 5천원! 아마 그 때 먹은 팥빙수가 우리 집앞 피에스몽테 팥빙수를 빼고는 제일 맛있었던 것같다.
그렇게 잘 먹고 계산을 하고 나오려는데, 계산서에 나온 금액은 5천원이 아니었다. 6천 얼마... 아니 내가 내 두 눈으로 5천원인 걸 봤는디....
더 보실라우
세금+봉사료... 아저씨...집 떠나온 소년이라서 돈도 없구요, 친구 불러서 돈 가져오라고 하려면 한 삼십분 걸리는데요... 내 몰골이 딱해 보였던지 지배인 쯤 되어 보이는 호텔리어는 부드러운 웃음을 지으며 그냥 가라고 보내주었다. 그 호텔이 올림피아 호텔이다. 한번도 다시 못 갔는데 언젠가 꼭 한번 가서 신세를 갚고 싶다.
올림피아 호텔 근처에 있는 "절벽"이라는 술집도 생각난다. 진짜 절벽 옆에 포창마차 같은 것을 차려두었는데, 분위기가 아주 독특해서 연예인들도 자주 찾는 곳이다. 이 곳을 알게 된 건 대학입시 100일전 단합대회 날이었는데, 같은 방에서 자던 8명 친구들끼리 투지를 다지느라 한밤에 몰래 합숙소를 빠져나와 술 한 잔 하러 가게 되었던 것이다. 술 잔이 돌고 건배를 하며 바야흐로 대학합격이 눈앞에 있을 듯한 흐뭇한 기분에 빠지려는 순간, 술집 문을 박차고 들어온 기숙사 사감 선생 (그 이는 학원 선생이기도 했다). 분명히 경고를 했는데 합숙소를 빠져 나왔다며 사람들 보는 앞에서 우리들 뺨을 차례로 후려 갈겼다. 게다가 나는 제일 앞에 서 있었기 때문에 처음 기세좋게 맞았는데 약간 조준이 잘못된 관계로 두대나 맞았다.ㅠㅠ 언제 한번 그 친구들을 다시 만나게 된다면 꼭 한번 거기를 다시 가 보고 싶다.
절벽에서 나와서 합숙소를 향해 걸어올라 가다보면 동화책에 나올 것같이 생긴 "인마이메모리"라는 레스토랑도 잊을 수 없다. 합숙소에서 멀찌감치 보이는 레스토랑인데 주말만 되면 어디서 보지도 못한 외제차를 끌고 연인들이 다녀가는 통에 여러 재수생들의 공분을 일으키던 레스토랑이다. 흠모하는 여인은 고향에 있으나 대학가서 노느라고 편지 한 통 보내지 않는 터에 그 광경을 보는 내 매음은 어땠겠는가. 한번은 작년 졸업생이라면서 그 레스토랑에서 식사하고 가는 길에 잠깐 인사차 들렀다고 이쁜 여자친구과 함께 방문한 놈도 있었다. 이럴 때 쓰는 우리 말이 염장이라는 걸 그 때 배웠다. 하지만 속으로 나도 언젠가 정말로 사랑한다고 확신하는 여자가 있다면 꼭 저 곳에서 식사를 하고 재수생들을 격려 방문하리라 마음 먹기도 했었다. 격려 방문의 기회는 다시 찾아 오지 않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을 때 기어코 거기를 데리고 간 적이 있다. 맛있었다.
영화나 음악 뿐만 아니라, 먹는 것 역시 추억과 떼놓을 수 없는 것같다. 젊은 사람이 자꾸 옛날 이야기하는 건 그다지 생산적이지 않아 보이지만, 그저 지금이 아마 그 때를 제하곤 가장 힘든 시간인 것같아서, 그래서 그 시절을 더듬어 보며 오늘 또 한번 마음을 추스려 본다. 대학 재도전 하시는 분들도 한 백일 남았다는데 힘내시고.
올림피아 호텔 근처에 있는 "절벽"이라는 술집도 생각난다. 진짜 절벽 옆에 포창마차 같은 것을 차려두었는데, 분위기가 아주 독특해서 연예인들도 자주 찾는 곳이다. 이 곳을 알게 된 건 대학입시 100일전 단합대회 날이었는데, 같은 방에서 자던 8명 친구들끼리 투지를 다지느라 한밤에 몰래 합숙소를 빠져나와 술 한 잔 하러 가게 되었던 것이다. 술 잔이 돌고 건배를 하며 바야흐로 대학합격이 눈앞에 있을 듯한 흐뭇한 기분에 빠지려는 순간, 술집 문을 박차고 들어온 기숙사 사감 선생 (그 이는 학원 선생이기도 했다). 분명히 경고를 했는데 합숙소를 빠져 나왔다며 사람들 보는 앞에서 우리들 뺨을 차례로 후려 갈겼다. 게다가 나는 제일 앞에 서 있었기 때문에 처음 기세좋게 맞았는데 약간 조준이 잘못된 관계로 두대나 맞았다.ㅠㅠ 언제 한번 그 친구들을 다시 만나게 된다면 꼭 한번 거기를 다시 가 보고 싶다.
절벽에서 나와서 합숙소를 향해 걸어올라 가다보면 동화책에 나올 것같이 생긴 "인마이메모리"라는 레스토랑도 잊을 수 없다. 합숙소에서 멀찌감치 보이는 레스토랑인데 주말만 되면 어디서 보지도 못한 외제차를 끌고 연인들이 다녀가는 통에 여러 재수생들의 공분을 일으키던 레스토랑이다. 흠모하는 여인은 고향에 있으나 대학가서 노느라고 편지 한 통 보내지 않는 터에 그 광경을 보는 내 매음은 어땠겠는가. 한번은 작년 졸업생이라면서 그 레스토랑에서 식사하고 가는 길에 잠깐 인사차 들렀다고 이쁜 여자친구과 함께 방문한 놈도 있었다. 이럴 때 쓰는 우리 말이 염장이라는 걸 그 때 배웠다. 하지만 속으로 나도 언젠가 정말로 사랑한다고 확신하는 여자가 있다면 꼭 저 곳에서 식사를 하고 재수생들을 격려 방문하리라 마음 먹기도 했었다. 격려 방문의 기회는 다시 찾아 오지 않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을 때 기어코 거기를 데리고 간 적이 있다. 맛있었다.
영화나 음악 뿐만 아니라, 먹는 것 역시 추억과 떼놓을 수 없는 것같다. 젊은 사람이 자꾸 옛날 이야기하는 건 그다지 생산적이지 않아 보이지만, 그저 지금이 아마 그 때를 제하곤 가장 힘든 시간인 것같아서, 그래서 그 시절을 더듬어 보며 오늘 또 한번 마음을 추스려 본다. 대학 재도전 하시는 분들도 한 백일 남았다는데 힘내시고.
# by alster | 2006/07/24 09:06 | 혼잣말 | 트랙백 | 덧글(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