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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07월 23일

개명

이번 일본 프로야구 올스타 전에 출전하는 선수들 중에 한국인의 핏줄을 가진 사람들이 꽤 된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냥 그래 하고 넘어갈 수도 있지만 장훈 선수에 관한 만화책을 보고 자라서인지 관심이 확 쏠린다. 그 중의 몇몇 선수들은 2003년인가에 귀화 신청을 했다고 하니, 그 전까지는 분명 한국 내지 북한의 국적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이었으리라.
그런데 한가지 의문은, 일본 국적을 취득하면 꼭 이름을 바꿔야 하는건가? 일본에도 세 글자 이름은 더러 있으니까 (물론 대부분 성이 두 글자이지만) 같은 한자 문화권에서 이름을 바꿔야 할 행정적인 불편함은 크지 않을 것같다. 일본의 국적을 취득하는 일은 전혀 나무랄 일도 이상한 일도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굳이 한국인의 흔적을 지우는 이름 바꾸기를 하는 것은 자발적인 건가, 아니면 귀화의 전제조건인걸까? 비유하자면 독일인 중에 "-스키"로 끝나는 이름 가진 사람들이 동유럽과 어떤 연관이 있을 거라는 추측은 자연스럽지만, 그들이 이름을 바꾸거나 할 필요는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在日의 삶이 궁금해진다.

유종호 선생의 <나의 해방전후> 같은 책이 좀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과거의 디테일한 일상을 기록한 믿을 만한 읽을거리가 너무 부족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일제시대 창씨개명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었던 걸까? 좀 있으면 정말로 그 시대를 산 사람을 만나기도 어려워질텐데 그 분들이 제대로 된 '회고록' 좀 남기고 떠나셨으면 하는 희망이 있다.

- 조그만 걸로 새로 포스팅 하기가 뭐해서 딴 애기하나 덧붙이는데, 한반도에 대해서 그 半島라는 게 일본에서 온 말이라고 기쁜 나쁘다는 지적들을 하는 사람들이 있단다. 독일 말로 이에 해당하는 단어는 Halbinsel, 그러니까 반만 섬이라는 단어다. 사람들, 과민하기는.

# by alster | 2006/07/23 23:59 | 나르치스 | 트랙백 | 덧글(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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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Y_Ozu at 2006/07/24 00:25
이전까지는 일본에 등록되어 있는 성씨가 아니면 성씨를 일본식으로 바꾸는것이 의무조항이었는데, 재일교포 손정의씨가 귀화를 신청할때 이 문제로 재판에서 이긴 뒤로는 한국식 성씨라도 새로운 성씨로 등록하는 식으로 개명하지 않고 귀화가 가능하다는군요. 장훈씨는 귀화하지 않고 영주권자로만 남아 있는 케이스지만 그 역시 일본에서는 張本 薰(하리모토 이사오)라는 이름을 공식적으로 사용합니다.
Commented by alster at 2006/07/24 00:39
금방 궁금증을 해소해주시는군요. 감사. 행정 편의를 가장한 차별이었던 것같은데 판결문을 한번 찾아봐야겠습니다. 손 마사요시 아저씨가 재일 처우 같은 것에 대해서도 관심이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드는군요.
Commented by 5150 at 2006/07/24 00:53
재일교포에 대한 차별이 비교적 줄어든 게 최근아닌가요...? 개명이 자의든 타의든 그런 분위기가 분명 있을 듯 합니다.
Commented by 은하 at 2006/07/24 00:53
우와 소송걸 생각하다니 손정의 씨 대단하네요. 그러고보면 우리나라도 귀화하려면 한국식 이름을 해야 하는 건가요? (로버트 할리->하일, 이참, 축구선수 신의손 등)
Commented by alster at 2006/07/24 01:23
5150님: 그러게요, 어릴 적에 차별 대우(가령 지문날인 문제: 이건 우리 지문 날인과는 또 어떻게 다른지...)에 관한 보도들을 많이 봤는데 요즘은 좀 좋아졌나봐요. 오해없길 바라며 보태는데, 일제의 창씨개명은 얼마나 강제적이었던 것인지...

은하님: 저도 그 생각했는데, 이름이 길면 어쩔 수 없지 않나 하는 식으로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다는...^^ 한편으론 지정 한자가 아니면 등록도 안되게 되어 있다는데 분명 불편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합니다.
Commented by 대나무 at 2006/07/24 01:45
손정의씨의 승소의 경우는 단순히 자기성을 유지하는 데 성공한 것이 아니라 과거 천몇백년전에도 일본에 손이라는 성씨를 가진 사람이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지요. 아직도 일본에서 남의 나라사람이 자기성씨를 그대로 가지고 귀화하는것은 쉽지 않은줄 압니다.
Commented by alster at 2006/07/24 04:17
우회로를 통해 자기 성을 지킨 것이군요. 정말 판결문을 한번 찾아봐야겠어요. 왜 귀화를 하는데 성까지 바꿔야 하는걸까요. 알려주셔서 고마습니다.
Commented by 저공비행사 at 2006/07/24 16:42
음,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군요.. 재일교포의 문제는 정체성만큼 개명에도 문제가 있겠군요.. 잘 봤습니다.
Commented by alster at 2006/07/25 11:11
재일교포의 일본내 법적인 지위 등에 대해서는 모르긴 해도 엄청나게 많은 논의가 있어 왔을 것같아요.
Commented by marlowe at 2006/07/26 09:44
파친코 회사 (주)마루한의 한창우 회장은 한국이름 그대로 귀화했습니다.
귀화 당시 "일본사회에‘한국 이름을 가진 일본 국민’이 많아지면 일본과 한국은 훨씬 더 우호적인 관계가 될 수밖에 없다. 이름만 들어도‘한국계 일본인’임을 알 수 있고, 또 그것이 아무런 불편과 지장을 주지 않는 일본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일반인이 그런 용기를 갖고 일본국적을 취득하기란 아직 어려운 일이죠.
Commented by alster at 2006/07/26 12:04
집단지성의 힘을 이 포스팅에서 실감합니다. 어찌 그리들 잘 아시는지...캄사합니다. 말씀하신대로라면 국적법의 규정에 의무적인 일본 이름 사용이 들어있지는 않고, 귀화 여부를 결정하는 데 대해 결정권자의 재량이 그런 식으로 사용되어 왔던 것이 아닌가 추측을 해보게 됩니다. 차별을 두려워하는 심리적 장벽은 그 다음의 문제일 것이구요. 8월에 놀러올 일본연구자 친구에게 판례를 얻어다가 함 봐야겠군요. 그리고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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