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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07월 22일

이스라엘과 유대인의 구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이나 여타 인근 국가들에 대해 보이는 공격성을 볼 때마다 이 나라 참 너무한다는 생각을 하곤 하는데,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이스라엘이라는 나라에 대한 비판을 유대인 전체 내지 유대인 개인에 대한 그것으로 연결지어서는 안된다는 자기 통제를 가하곤 한다. 이스라엘은 비판받을 부분이 많지만, 유대인 일반에 대한 비평은 매우 위험하다는 게 나의 기본적인 생각이다. 하지만 이게 쉽지 않은 것이, 시오니즘을 바탕으로 건설된 이스라엘이라는 나라의 기획 자체가, 그리고 상당수 해외 유대인들의 이스라엘에 대한 충성도가 가져온 현실 때문이다.

사실 지은 죄가 있어서 이스라엘에 대해서 제일 아무 말 못하는 나라가 독일이다. 독일에서 이스라엘 비판은 하나의 금기이고 반유대주의가 조금이라고 고개를 들라치면 소스라치며 싹을 자르려 한다. 하지만 그 비판하기 좋아하는 독일 사람들이 왜 하고 싶은 말이 없겠는가. 얼마전 친구와 영화 "뮌헨"을 같이 보았는데, 내가 스필버그의 용기는 높이 평가하지만 조금 더 나가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고 평을 했을 때 반색을 하는 친구의 얼굴을 본 적이 있다.
영화를 보고 스필버그의 "뮌헨" 에 대한 인터뷰를 읽었는데 내가 경악한 것은, 그가 "나는 유대민족을 위해서 당연히 죽을 수는 있지만 나는 이런저런 문제의식 때문에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 부분이었다. 무엇을 위해서 죽을 수 있다는 말은 쉽게 꺼낼 수 있는 말이 아니지 않은가.

주위의 핍박에 의해서 이들의 단결이 공고해 졌는지, 아니면 이들이 단결해서 주위에서 뜨악하게 보기 시작했는지는 모르지만, 반유대주의의 뿌리는 아주 깊은 것같고 이스라엘이 건국된 이후 새로운 의미에서 부정적인 영향이 생긴 건 아닌지 모르겠다. 얼마전에 덴마크였던가, 스웨덴이었던가에서 반유대주의 설문을 한 것을 보았는데 의외로 비율이 높았다. 특히 충격을 받은 것은 지식 수준이 높을수록 유대인들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이 높았다는 사실이었는데...

개인적으로 유태인들을 많이 접해볼 기회는 없었다. 지금 살고 있는 곳이 원래 유대인들의 집단 거주지라서 집 앞에는 옛날 유대인들을 위한 고등학교 건물도 남아 있지만, 잘 알려져 있다시피 유대인들의 독일 탈출 러쉬 이후 남아있는 사람들이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한 두 사람 정도, 그러니까 2/N 만큼의 유대인에 대한 경험이 있는 건데, 안타깝게도 그다지 유쾌한 것만은 아니었다. 부디 좋은 경험을 한 사람이 계시면 나의 경험을 넘어설 좋은 이야기들을 알려주시라. 한 번은 괴테어학원의 선생이 유대인이었는데 그는 유일한 박사학위 소지자라서 꽤 귀한 대접을 받고 있었지만, 학생들을 기분 나쁘게 만드는 소질이 있는 사람이었다. 규율에 엄격하지만 그 기준을 남에게도 직접적으로 강요하는가 하면, 시니컬한 웃음에 남을 배려할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 또 한 사람 역시 음악대학의 교수였는데, 그 이는 다른 동료 독일교수가 유대인에 대한 차별적인 제스쳐(농담이라고 봐도 분명히 문제의 소지가 있기는 했다)를 취하자 이를 문제삼아 그를 쫓아내었는데, 그 역시 굉장히 성실하지만 학생들이 굉장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게 하는 사람이었다.

김우창 선생이 당신은 파리아도 사람이라고 그랬다던가, 문화적 차별이라는 것이 늘 그렇듯 협소한 경험을 선입견에 기대어 확대 재생산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다만 내가 받은 인상 자체가 한국에서 갖고 있던 마냥 성실하고 똑똑한 유대인에 대한 그것과는 사뭇 달랐다는 사실이다.

들풀님의 왜 이스라엘을 줗아하세요?라는 포스팅을 보면, 한국인들이 비교적 유대인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는 건 분명한 것같다. 미국과 친해서인 것같기도 하고, 구약을 함께 하는 형제들이라서 그런 것같기도 하고, 탈무드의 영향 (탈무드의 종교적 의미를 이해하고 요즘 기독교는 탈무드를 씹는 분위기라지?) 탓인 것같기고 하고, 유대인이랑 한민족이랑 제일 세계에서 똑똑하다는 출처 불명의 소문 탓인 것같기도 하고, 전쟁나면 고국으로 돌아갈 비행기표 구한다는 믿거나 말거나 한 이야기 때문인 것같기도 한데, 여튼 좋은 감정이 있는 건 사실이다. 내 블로그에 매일 한 명은 꼭 이스라엘의 수도는? 이라고 쳐 보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이스라엘에 대해서 우리가 아는 건 없지만 말이다. 이 좋은 인상이 계속 갈 수 있도록 이스라엘은 나쁜 짓 좀 그만 했으면 좋겠다.

# by alster | 2006/07/22 14:34 | 나르치스 | 트랙백 | 덧글(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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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戮屍 at 2006/07/22 15:44
저도 안타깝게도 유대교와 유대인에 대해 부정적인 면을 많이 봐서 그런지 싫어하는 축에 속합니다만, 레바논 침공에 대해서는 이스라엘 국가 자체에 비난을 가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WindFish at 2006/07/22 15:57
이스라엘이라는 나라는 결코 생겨나서는 안될 나라였습니다. 왜 그런지에 대해서 이전에 뭔헨이라는 영화를 보고 자극받아서 써보려고 하다가, 시간 없어서 때려친글이 있었는데 다시 손봐서 포스팅 하고 싶어지는군요 ... 음 ...
Commented by 퍼프 at 2006/07/22 16:00
어떤 의미에서는 유럽식 사고와 아랍식 사고의 나쁜 면만 다 갖고 있는 것 같기도 해요. 편견 갖지 않으려 하기는 하지만, 2차대전 당시 '미움받고 있었기 때문'에 탄압받은 것으로, 결과적으로는 전 세계인에게 죄책감, 혹은 발언금지를 선사했으니까요. 자의적이었다고 하면 너무 음모론이겠지만, 100% 타의였다고 믿어지지도 않는달까요.
Commented by SirJ at 2006/07/22 17:24
이스라엘의 시오니즘자체가 그들 자신에게 아니 국가스스로 강한 힘을 주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들의 행동이 정당화 될수 있다고 생각하는거 같기도해요.
Commented by 리채틴 at 2006/07/23 01:08
오히려 전쟁으로 입은 피해를 이용해 권력을 남용하는 느낌이 들더군요.
Commented by alster at 2006/07/23 01:56
戮屍님: 레바논 침공이나 이런 것에 대해서 국제사회가 하는 걸 보면 정말 이중잣대죠.

WindFish님: 관심가는 영화평, 기대하겠습니다!
Commented by alster at 2006/07/23 02:02
퍼프님: 유대인 학살이 어찌되었건 어떤 의미에서건 일어나서 안되는 일임은 분명히 해둡시다만, 갈수록 이 사람들, 욕하면서 닮아가고 있어요.

SirJ님: 시오니즘 자체에 대해서 자세히는 몰라서;; 이스라엘 국적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들도 그런지 좀 궁금하군요.
Commented by alster at 2006/07/23 02:06
리채틴님: 힘의 논리를 처절하게 깨닫고선 그 힘의 논리를 완전히 체화해 버린 나쁜 모범? 사실 그 개개인을 접한 경험 같은 것도 이야기해보고 싶어서 포스팅했는데 역시 우리나라에서 유대인 만나기는 힘들죠?
Commented by Charlie at 2006/07/23 03:56
역사(과거) 배우지 못하면 진보할수 없다던데, 다른 많은 나라들처럼(우리나라 포함) 이스라엘도 별로 얻은것이 없나봅니다.
Commented by azreal at 2006/07/23 05:14
어렸을 때는 이스라엘에 대한 막연한 우호감이 있고 아랍국가는 나쁜나라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참-_- 어이없죠.:D
Commented by 저공비행사 at 2006/07/23 06:15
사람마다 차이가있는것이니까 이스라엘 사람이라고 착하게, 그리고 나쁘게 보지는 않겠습니다. 피해국가일수록 피해망상은 있는거고, 가해자 역시 가해망상이 있는거겠죠. 그렇지만, 어떤식으로든 이스라엘은 자중 좀 해야한다봅니다. 그들도 핍박받았던 시대가 있었고, 종교적으로도 분쟁을 자주 일으키기도 하니까요. 유식한 나라, 불굴의 의지를 가진 나라, 상술이 발달한 나라라는 점에서 참 매력적이기도 하지만, 역시 이런식의 소란에서는 인상이 찌뿌려지네요. 뮌헨이라는 영화, 못봤는데..보고싶네요.
Commented by alster at 2006/07/23 08:30
azreal님: 그렇다고 얘들한테 이스라엘 나쁜 놈이라고 가르치지는 마셔용.^^

저공비행사님: 아마추어 평 중에서 재미있는 게 있네요. (스포일러 있음) 다른 글은 요즘 별로 볼 게 없는 사이트니까 이 글만 보고 나오시구요.^^ http://www.berlinreport.com/4/bbs/board.php?bo_table=free&wr_id=21131&sca=&sfl=wr_subject%7C%7Cwr_content&stx=%C4%AB%BD%BA%C5%D7%B6%F3&sop=and
Commented by 자그니 at 2006/07/23 10:55
실은 시오니즘이 오스트리아 공화국 안에서 탄생한 거라는, 아이러니칼한.
Commented by 은하 at 2006/07/23 13:37
근데 유대인이 맞아요 유태인이 맞아요? 학교 학회에서 파시즘 관련해서 세미나하다가 잠깐 논의가 새서 이거 가지고 논쟁을(...) ㅜㅡ
Commented by 은하 at 2006/07/23 13:40
독일의 유대인에 대한 말 못 할 심정(?)을 보니 왠지 일본과 민족주의가 생각나네요. 일본사회도 사실 지은 죄가 있어서 최소한 지식인들과 학생, 교사 등에게 민족주의는 금기의 대상이었대요.

도리어 그 분위기때문에 내서널리즘이 구체적으로 뭐가 나쁜지 토론이 잘 안 되고, '내셔널리즘은 위험하다..'란 생각만 갖고 있다가, 요즘 애국주의 강조하는 신우익의 반격에 속속무책이 되고 있다고 하더군요...독일 사회야 일본보다는 건강해보이지만 그래도 음 혹시....?-.-
Commented by azreal at 2006/07/23 14:39
아핫 설마 그렇게 가르칠 리기 있겠습니까?:D 역사 문제나 가치 판단 문제는 정말 조심스럽게 다뤄야 할 부분 같아요.
Commented by alster at 2006/07/23 19:26
은하님: 지식인은 대답 안해줍디까? ^^ 유대는 서양 발음을 그대로 가져와서 쓰는 말인 것같구요, 유태는 그 발음을 한자어(일본식인지, 중국식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로 조어한 게 아닌가 싶어요. 큰 데서 유래했다 이렇게 풀 수 있을 것같은데... 요즘은 유대를 쓰는 사람이 더 많은 것같구요.
일본에 대해서는 전문이실테니 좋은 공부 많이 하세요.^^ 저도 일본근현대에 대해서는 상당히 관심이 있는데, 마루야마 마사오의 책들이나 "전체주의의 시대경험"을 보면 연구가 안된 것은 아닌 것같은데... 시민사회의 수준은 또 다를 수 있겠죠.
Commented by alster at 2006/07/23 19:29
자그니님: 아 그렇습니까? 베니스의 상인을 봐도 그렇고, 반유대주의는 꽤 뿌리가 깊은 것같은데 시오니즘으로의 결집은 오래된 게 아니군요. "세기말 비엔나"를 한번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azreal님: 안 그러실 줄 알고 있었어요.^^
Commented by Jinny at 2006/07/24 00:58
저희 교수님이 유대인인데 제가 제일 좋아하는 교수님이세요.^^ 굉장히 똑똑하시고 학생들을 잘 가르치려는 열정도 대단. 자신에게 엄격한만큼 타인에게도 엄격하시긴 하지만, 그 분이 가르친 수업은 제가 가장 많이 배웠다고 생각하는 수업.
사상적으로는 좀 많이 안 맞지만. 이분, 매파거든요.^^;
Commented by alster at 2006/07/24 01:28
좋은 이야기 감사해요. 제가 남은 조이면서도 제가 조임받는 건 싫어하는 성격이라서;; 저하고는 잘 안맞는 사람들이었어요. 원래 유대인들이 금융, 법률계에 많지 않습니까, 우리 이민간 분들 자식들 꼭 법대아니면 의대 보내려고 하듯... 왠지 이스라엘에도 '사랑의 매'가 보편적일 것같아요, 아니면 그것보다 무서운 말로 쪼으기가 있을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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