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투리 고쳐주는 학원도 있나요

부모님 및 본인의 출생지가 대구시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스스로 부산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내가 부산 사투리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롯데 자이언츠 팬이라는 사실이 중요한 간접증거가 되기는 하겠지만.
학교 방송부 놈들이 되도 않게 쓰던 서울말 말고, 사람이 눈앞에서 하는 서울말을 처음 제대로 들은 건 중림동 재수학원에 들어간 첫 날 이었다. 그 날 앞에 나가서 자기소개를 하는데 사람들이 계속 깔깔 넘어갔다. 그만큼 억양이 강했던 모양이다. 그 때까지 나는 뭐가 문제인지 사실 알아차리지도 못했었다.
한 달 쯤 지나서 같이 서울 올라간 친구들 중에서 적진에 투항하는 무리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는데, 이 쉐이들은 끝만 올리면 다 서울말인줄 알고 말끝을 올려대는데 느끼해서 밥을 먹을 수 없을 지경이었다. 사투리라는 것이 그 억양을 없애기 위해서 일정 기간동안 과도기가 필요한데 나는 동굴에서 뛰쳐나올 호랑이처럼 그 기간을 견뎌낼 자신이 없었다.
어느덧 서울 생활도 10년을 하게 되어 내 말투는 서울 사람이 보면 출신을 알 수 없는 사투리고, 고향 사람들이 보면 서울말 비스무래하게 되었다. 물론 내 문제는 옆 만화와 달리 어휘의 문제라기 보다는 억양의 문제다. 지금도 "전 서울 분인줄 알았어요" 이렇게 말하는 여자분들을 가뭄에 콩나듯 만나긴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 사투리의 억양은 전혀 고치지 못하고 있다. 
사투리를 고치지 못한 나의 언어적 무능력은 유학 와서도 가끔 경상도 독일어를 구사하는 문제가 있었다. 그 억양을 완전히 죽이지 못하는 것이다. 게다가 사투리는 좀더 옛날 모습으로 돌아간 것같다. 누군가에 말에 의하면 그래서 경상도 사람들이 일본어에 강하다는 주장이 있는데 낭설이라고 본다. 다른 분들은 외국어 배울 때 각별히 주의하시길. 
이제 한국에 돌아가면, 짠하면서 제대로 한번 서울말을 써보고 싶다. 근데 이거 도대체 어떻게 배울 수 있는건가. 그런 학원 혹시 없을까. 어느 단체에서는 사투리를 차별하는 정책을 반대하는 헌법소원을 제기했다는 기사도 봤지만, 사투리 보존과 별개로 외국어 배우는 심정으로 한번 고쳐보고 싶다.
가끔 텔레비젼에서 기름기 번들거리면서 토론회에 나오는 아자씨들 상당수가 서울에 수십년을 살면서 유창한 경상도 말씀을 하신다. 서울살면서 경상도 사투리는 '우리가 남이가'에서 유용할 지언정 살아가는 데 하등 눈치볼 필요가 없는 또다른 표준어였다. 사투리는 계속 쓰더라도 다들 반성 좀 할 필요가 있다.  

by alster | 2006/05/28 08:49 | 골드문트 | 트랙백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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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Annis at 2006/05/28 09:49
일어를 전혀 모를 때, 멀리서 들려오는 일본 사람들의 말소리(억양)을 듣고 경상도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 있어요. 초중급배울 때만 해도 어딘지 비슷해서 유리해보였는데, 좀 더 배우니까 구분이 확실히 가네요.
같은 한국어인데 학원까지 갈 일이 뭐가 있겠어요. 그냥 뉴스나 드라마 보고 연습하세요 ㅎㅎㅎ 근데 몰랐네요. 서울말 억양이 끝을 올리던가요?
생각해보니 경상도말은 끝에서 두번째 음절까지 올라갔다가 마지막 음절에서 떨어지는 게 많군요. 서울말 억양은 의문문을 제외하고는 전체적으로 평탄하고 마지막 음절을 마침표 찍 듯 액센트가 들어가는 것 같아요. 마지막에서 두번째까지 올라가는 부분을 평탄하게 만들어주면 비슷해지지 않을까요?
Commented by 은하 at 2006/05/28 13:17
헉 제 후배는 대구출신인데, 경상도 사투리로 중국어한다고 좌절하더군요.

아무튼 계속 수도권에서만 자란 저는 사투리에 로망 비스무리한 게 있어서, 오히려 사투리 쓰는 사람들에게 호감갖고 그래요. 다만, 제 호감도 어떤 면에서는 사투리 때문에 놀림당하거나 구경감(?)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기분이 나쁠수도...아무튼 다들 자연스럽게 고치긴 고치러다구요.
(동아리에서 있었던 개그 -넌 어디 사람이니? -서울이요 -내도 서울사람이야)

사투리 차별정책 헌법소원 저는 그래서 대찬성했어요...드라마가 표준어로만 제작된다면 <옥이이모>같은 드라마는 어떻게 나오라구..ㅠ_ㅠ
Commented by alster at 2006/05/28 22:16
Annis님/ 날카로운 분석이십니다만, 저는 좀더 실질적인 도움이 필요하답니다. 젓가락을 물고 이렇게 해보라거나 뭐 그런 아나운서 시험볼 때 하는 거 없나요? ^^
은하님/ 서로 자기가 갖지 않은 것에 대한 동경이 있죠. 저도 처음 서울에 왔을 때 여학생들이 서울말로 오빠라고 부를 때 뭐든 들어주고 싶더군요. ^^;; 근데 정말 다들 자연스럽게 고치던가요? 못 믿겠는데요.(웃음) 사실 사투리도 오리지날이 있기는 있죠. 서울사람들은 잘 구분못해도 사생결단 광고하는 거 보니까 류승범 말투 그거 제대로 된 거 아니거든요.
Commented by 소용돌이 at 2006/05/29 04:27
경상도 사투리가 조금 고치기 힘든가봐요. 저 아는 사람들도 경상도 사투리가 외국어에 그대로 묻어나더군요. 뭐 달인의 수준에 가기전까지 본국인들이 듣기야 똑같지 않을까요? (아닌가;;)
Commented by alster at 2006/05/29 05:22
소용돌이님/ 그래도 님이 느끼는걸 본국인도 느끼지 않을까요. ^^ 저는 어조의 특징을 잡아채는 귀가 좋지 못한 가봐요. 그러니까 서울말을 따라하지 못하는 거 아닌가 싶어요. ㅠㅠ
Commented by Annis at 2006/05/29 06:56
언어 배우는 데는 왕도가 없는 겁니다.ㅋㅋ 무조건 많이 따라하세용.

사실 제 부모님도 모두 경상도 출신이지만 대략 각각 12, 24세에 상경, 결과 억양만 봤을 때 아버지는 98% 어머니는 95% 이상 서울말, 아니 그 정도 경상도 억양이 사라졌다고나 할까요(대신 친척분 만나면 50% 제자리 ㅋㅋ) 제가 어렸을 때부터 그랬으니까 최대 20년 정도 걸린 거죠. 아무튼 개인적인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말씨만 점잖으면 약간 남아있는 억양 정도는 오히려 푸근하게 들리더군요 ^^ 방언이라기 보다 그냥 말투가 약간 다른 개성으로 받아들여지는...
Commented by 생명빛 at 2006/05/29 12:11
특별한 노력없이 거의 안되는 것 같습니다.
전 영어에 경상도 억양이 묻어나온다고 사람들이 그래서 죽겠습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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