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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05월 08일
지난 포스팅에서 대추리의 토지수용 자체의 정당성에 대해서는 강하게 비판하지 않은 (내지는 적법하다고 본) 바 있습니다. 그저 경찰 및 군대 투입의 불법성과 폭력 문제만 언급했을 뿐 다소 수세적인 관점에 섰던 이유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첫째 주한미군 철수가 현재의 답이 아니라면 기지 이전에 불가피한 점이 있고 한국이 한미관계를 주도하기는 사실상 어려움을 인정했기 때문입니다. (대추리, 한미동맹,주한미군의 문제 라는 포스팅은 이런 관점을 요령있게 잘 정리해 놓고 있습니다. 아래에서 보듯 결론에서 다소 차이가 있을지라도 평택 기지이전의 불가피성을 주장하려면 이런 숙고된 생각들 사이에서 건전한 결론들을 모아가야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둘째 토지수용을 안된다는 이유가 개인의 재산권 침해라는 주장은 양날의 칼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헌법상 재산권에 대한 침해는 개인의 신체적 자유 등과 달리 법률에 의해서 보다 넓은 제한이 가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공익적 필요가 있다면 정당한 보상을 하는 이상 토지수용 자체를 문제삼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우리 헌법의 경제적 민주화에 관한 조항을 보면 제한적으로 국유화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기도 하지요. 따라서 민주적 정당성을 가진 정부의 정책 자체에 위헌 시비를 거는 것은 오히려 보수적 결론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였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돈 줬는데 뭐가 문제냐고 하는 보수 신문들의 논리는 반드시 되먹여줄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조금더 관심을 갖고 들여다 볼수록 이런 관점을 정당화할 만한 공익적 필요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견해를 바꾸어 토지수용 자체를 (특히 정치적 차원에서) 철회하고 원점에서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에 서게 되었습니다. 첫째 본 평택 대추리 기지 이전 반대의 핵심은 자동응답기처럼 관성적으로 나오는 반미운동 차원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 평화안착이라는 평화적 요구에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이런 관점은 한미간 전략적 유연성 합의를 폐기하라는 헌법소원 청구서에 아주 잘 나타나 있습니다. (법적으로도 잘 씌여진 글이라서 추천하고 싶습니다. 원문은 여기를 보세요.) 청구서는 한미간의 이번 합의는 한반도에 있는 주한미군 기지의 성격을 전쟁억지적 성격에서 동북아시아 지역 내에서 발생하는 군사적 분쟁에 대한 전진기지의 성격으로 전환시킴으로써 헌법 제5조 제1항에서 선언되어 있는 침략전쟁 부인의 원칙을 실질적으로 변경하는 결과를 야기했다고 봅니다. 즉 가령 "분쟁이 중국과 대만과 같이 동북아시아지역에서 발생할 경우 주한미군은 이 전략적 유연성에 따라 얼마든지 그 분쟁에 개입할 수 있게 되며 미합중국은 주한미군의 군사력을 이용하여 그 일방당사국을 적국으로 하여 전쟁을 수행하게 됩니다. 이 때 대한민국의 영토내에 소재하는 미군기지가 전쟁의 전초기지로서의 역할과 기능을 수행하게 되며 이 점에서 그 군사기지를 제공하고 있는 대한민국은 국제법상 자동적으로 전쟁당사국이 되어 버리고 마는 결과가 야기"된다고 보는 것입니다. (이러한 결과적인 헌법 위반의 실례를 우리는 일본의 자위대에서 볼 수 있습니다) 청구서는 나아가 다음과 같이 지적합니다. 이 사건 공동성명의 주체를 밝힐 때에는 “한국” 또는 “ROK”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반면, “미국은 한국이 한국민의 의지와 관계없이 동북아 지역 분쟁에 개입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하여 지역분쟁에의 개입에 대한 소극적 거부권을 밝히는 부분에서는 “한국” 또는 “ROK”가 아니라 “한국민” 혹은 “the Korean people”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한편으로는 한국민의 의미를 애매모호하게 하고 따라서 다른 한편으로는 지역분쟁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한국민”의 의사를 어떻게 확인할 것인자의 문제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 부분에서 “한국민의 의사”를 정하는 것은 정부인가 아니면 국회의 의결을 구하여야 하는가 아니면 국민투표를 하여야 할 것인가 등등에 관하여 심한 논쟁의 여지를 남기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가장 심한 문제점 중의 하나는 이 “한국민의 의지와 관계없이”라는 조항 자체가 위헌적인 것이라는 점입니다. 전술하였듯이 우리 헌법 제5조 제1항은 침략전쟁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이는 한국민이 원하든 원치 아니하든 그 전쟁이 침략전쟁인 한에서는 헌법적으로 그러한 전쟁을 수행할 수 없음을 선언한 것입니다. 즉, 헌법 제5조 제1항에서 허용되는 자위전쟁이 아닌 한, 특히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하여 자국의 영토 이외에서 주한미군을 동원, 전쟁을 수행함으로써 대한민국이 자동적으로 그 전쟁의 당사국으로 개입하게 만드는 것은 이 사건 공동성명에서 말하는 “한국민의 의지”와는 전혀 관계없이 처음부터 우리 헌법에 의하여 금지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평택기지 이전의 문제는 반미의 문제가 아니라 한반도 내 평화 정착의 관점에서 반대되어야 할 것이라고 보고, 만약 국방부 장관의 말대로 그런 의도가 아니라면 평택기지의 면적이 그렇게 클 필요가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평택기지의 규모가 단순히 땅 크기가 아니라 전략적 사용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이지요. 평화운동가 정욱식이 뷰스앤뉴스라는 인터넷신문과 한 인터뷰에도 이 사실이 잘 드러납니다. 그에 따르면, “마치 평택기지가 용산기지 이전인 것처럼 (정부가) 얘기하고 있는 데 이것은 본질을 호도하는 정도가 아니라 정말 국민들을 우롱하는 처사”라며 “실제 기지이전 핵심은 2사단 이전이다. (평택확장기지 터의) 3백89만평 중에 용산기지의 대체부지는 약10%에 불과하고 나머지 90%는 2사단이다” “근데 정부는 뭐라고 얘기하고 있나? 이게 용산기지의 대체부지고 한국이 요구했으니까 기지이전 일정과 비용부분은 한.미간 합의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지만 90% 가까운 땅은 2사단 대체부지다.” “2사단 이전은 누가 요구했나? 미국이 요구했잖는가. 이런식으로 국민들을 우롱하고 진실을 은폐하고 기만하는 일이 치졸하다는 것이다” “바로 그런 일 때문에 온건해 보이는 시민사회단체들까지 이 문제에 분노하고 문제제기를 안할 수 없다는 것이다” “초창기에 우리정부는 전략적 유연성과 평택기지이전과는 아무련 관계가 없다고 얘기했다가 올 1월 달에 합의해 놓고 다시 뭐라고 얘기했나? 평택기지 확장이전은 한미동맹의 하드웨어에 해당하고 전략적 유연성 문제는 소프트웨어하고 주장하지 않았냐” "이미 미군은 북한에 대해 선제공격 방침을 정한 상태이고 중국에 대해서도 필요에 따라서 군사적 개입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고 또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외피를 쓰고 있는 전세계적인 전쟁에 주한미군도 신속하게 투입시키겠다고 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그 중심에 평택이 있는 것이다. 이게 과연 한반도의 평화나 대한민국의 국가안보를 강화시키는 것인가? 오히려 대한민국의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것이 아닌가, 많은 사람들은 그런 의문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문제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정욱식은 다음과 같이 덧붙입니다. 일부 보수신문들은 "주민은 더 많은 보상을 원하는 데 괜히 좌파들이 들어와 주민들에게 반미운동의 일환으로 선전선동을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는 기본적으로 공공의 목적을 위해 존재하는 단체지 않는가. 어떤 사적인 이익을 위한 단체가 아니잖는가. 공공의 이익을 달성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시민의 여론이고 또 그 여론을 설득하기 위해 대화와 토론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이 문제에 있어 이미 주민들의 설득, 동의를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반면 시민사회단체들은 주민들로 부터 동의를 받아내고 설득해 낸 것이다. 아니 정부가 갖고있는 막강한 홍보력, 혹은 보수신문이 갖고 있는 그 엄청난 매체파워, 이런 걸 가지고서도 현지 주민을 설득하지 못했다는 거다.헌법재판소는 용산기지 이전 관련 헌법소원에서는 청구가 정당한지에 대한 어떠한 판단없이 청구요건을 문제삼아 각하했습니다만, 전략적 유연성에 관한 소송은 이제 막 제기되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주장의 헌법적 정당성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논란 중입니다. 정부는 밀어부치기식 토지수용을 중지하고 여기서 제기되는 질문들에 성실히 대답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시민사회의 힘을 지렛대로 삼아서 재협상의 가능성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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